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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홀덤

[텍사스 홀덤] 포지션 플레이의 중요성 (개초보 기준)

by ㅁㄱ 2021. 10. 3.

포커 체이스 테이블 및 캐릭터 이모티콘

이 글은 순전히 '개초보' 그러니까 저와 같은 초보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고, 남에게 가르치려는 글이 아니라 제가 잊어먹지 않기 위해서 쓰는 글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인들 간에 실력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똑같이 공유함으로 실력을 맞추기 위한 목적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글입니다. 

포커 체이스 하는 초보가 있다면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토너먼트에 가까운 포커 체이스 기준의 글이기 때문에 긴 템포를 가지고, 실제 돈을 걸고 플레이하는 실제 포커와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글이 많이 길고, 전문적이지도 않습니다. 염두하고 읽어주세요. 

 

서론

최근 포커 체이스에서 1250 즈음에서 유지를 잘 하다가, 최근에 어떤 표를 하나 본 뒤부터 점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브론즈 0점인 1030점인가까지 떨어졌다.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떨어진 게 아니라 정말로 브레이크없이 수직낙하를 했다. 처음의 연패는 운이라 생각했는데 계속 5, 6등만 박으니 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려고 해도 도저히 브론즈 0점에서 올라가질 못 하겠어서 진짜 정신병 걸릴 거 같았다. 

처음부터 못 올라갔으면, 혹은 실버를 하루만 찍고 그 뒤에 쭉 내려왔으면 '하루 운이 좋았나보다(그래서 실버를 찍었나보다)'하고 이해라도 하겠는데, 잘 하다가 "갑자기" 실력이 바닥을 가니까 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도대체 내가 왜 져야하지? 싶고, 자꾸 지니까 너무 열이 받아서 화를 안 내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운으로 지면 허허.. 하고 말았는데 연패를 하고 바닥을 기니까 작은 운에도 화를 내게 되고 진짜 홀덤하면서 샷건 엄청 마려웠다. 

주변 사람들도 내가 왤케 화를 내나 싶었겠지만, 연패가 너무 심하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진다. 

롤도 10연패 박았다고 생각해봐라. 
롤 10연패 하고 트롤 만나면 허허 하고 넘기는 일이 그리 쉽진 않을 거다.

솔직히 접으려고 했다.. 

도저히 뭘 잘못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뭐가 문젠지 도저히 못 찾겠어서.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저번 주까지 낭낭하게 잘 놀다가 이번 주엔 이렇게 박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게 가능한 일인지도 납득하기 어려웠고, 그저 너무 억울했다. 홀덤은 무슨 홀덤이냐 나 주제에.. 싶어서 깔끔하게 접으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지인들 포커 체이스 팟이 꾸려져서 (솔직히 접고 싶었고 들어가도 싫었지만) 약간 가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들어갔다. 솔직히 저녁에 포커할 때 마크 땅까면서 플레이하기도 했고, 솔직히 진심이었냐 하면 진심은 아니었다. 아야메 3D 라이브도 하니까 그거도 봐야했고(시간이 겹쳤다) 그래서 게임에 집중을 잘 못(안) 했다.

막판은 운 좋게 1등하긴 했는데.. (순전히 운)

그 전에 거의 다 꼴지여서 솔직히 의미는 없었다.

그러다 1회전이 끝나고 지인이 디코로 포커 체이스 방송하는 걸 보게 됐다. 그 전까지는 남의 플레이 볼 일이 전혀 없었는데, 처음으로 남의 플레이를 보게 됐다. 그리고 1회전 할 때도 게임하면서 종종 포지션 플레이에 대해 얘기를 하셔서 듣기는 했는데 솔직히 감이 안 잡혀서 이해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가, 방송 켜놓고 플레이하면서 포지션 플레이 얘기를 또 하길래 내가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조금 자세하게 물어봤다.

그에 대한 답을 듣고 이전에 내가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지금은 브론즈 0점조차 벗어나지 못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

이전에는 원사운드의 텍사스 홀덤 만화에서도 포지션 플레이를 강조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 나도 모르게 따라한 부분이 있었다. 텍홀 만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텍홀 만화의 가장 큰 주제는 '나의 핸드는 운빨이지만 게임의 결과는 나의 핸드로 정해지지 않는다'다. 그러니까 인생의 출발선이 달라도 결국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결과가 바뀐다는 메시지가 있는데, 그래서 만화 내내 핸드의 중요성보다는 포지션 플레이의 중요성을 말한다.

나도 처음에 텍홀로 홀덤을 배웠고, 그렇기 때문에 내 핸드보다는 상대의 패를 볼려고 했었다.

그래서 내 VPIP가 7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스테3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팟참여율이 개판이고, 핸드도 제대로 볼 줄 모르지만 내 패가 아니라 남의 패를 보려고 했기 때문에 나쁜 핸드로 들어가도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상대 핸드를 예상하려고 하니 무리한 올인도 적었고, 결과적으로 팟참여율은 높지만 결과가 그리 나쁘지가 않았다. 

 

문제

그런데 왜 멀쩡히 잘 하다가 갑자기 답이 없을 정도로 못 이기냐?

일단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왜 떨어졌냐를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떨어지기 직전에 봤던 글은 '포지션별 들어갈 만한 핸드'를 정리해둔 글이었다. 포지션별로 이런 핸드면 들어갈 만하다고 테이블로 정리해둔 글이었다. 도움이 되면 되는 글이었지 도움이 안 될 수가 없는 글이었다.

그런데 왜 이걸 본 뒤로 점수가 나락으로 갔을까?

헤맬 때는 '내가 이거 본 뒤로 갑자기 떨어졌는데 원인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였는데, 문제를 해결한 뒤에서야 왜 망했는지 실마리를 찾았다. 

 

원인

내가 그걸 보고 떨어진 이유는, 내가 그 글을 본 뒤부터 '내 핸드'만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느 포지션이든 패가 그리 나쁘지 않으면 A5든, Q8이든 일단 팟에 참여했다. 이게 옳냐 틀리냐 이전에, 일단 팟에 참여하고 상대 행동을 보면서 얘 A 있네, 얘 K 없네 등을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A5든 Q8이든 피해야 할 땐 피하고 얻어내야 할 땐 얻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내가 쓸데없는 포지션에 많이 들어가더라도 내가 웬만하면 지켜내야 하는 포지션(빅블라인드)에서도 잘 안 죽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쌤쌤(?)이 되면서 나쁘지 않게 유지했다. 

다만 '안 좋게 플레이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경우 5, 6위도 종종 하면서 떨어질 땐 떨어졌다. 그래서 실버에서 견고하게 유지하지 못 하고 브론즈로 떨어졌다가 다시 실버로 복구하는 일을 몇 번이나 반복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실력이 아니라 편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존재하는) 허접이라. 

그런데 핸드별 정리 표를 본 뒤로는 플레이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180도 달라졌다. 내가 기존에 들어가던 상황에 '전혀' 들어가지 않기 시작했고, 핸드 표를 보면서 "이 핸드는 강한 핸드가 아니니 들어가지 말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내 핸드는 나쁘지 않다 생각하면서 상대 패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점점 줄었다.

이게 진짜 '엄청 위험한' 생각이라는 걸 지금에야 알았다.

나처럼 잘 모르는 초보라면 "좋은 핸드에만 들어가는데 왜 위험하냐?" 물을 수가 있다.

위험한 이유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좋은 핸드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처음 베팅하는 플레이어가 나중에 베팅하는 플레이어보다 핸드 선택의 폭이 좁은 이유는 나중에 베팅하는 플레이어는 이전에 베팅하는 플레이어를 참고하면서 베팅하기 때문이다. 이전 플레이어의 베팅이 강하면 강한 핸드를 쥐고 있다는 거고, 반대로 이전 플레이어의 베팅이 약하면 약한 핸드를 쥐고 있다는 거다. 뿐만 아니라 후포지션은 블라인드를 지불하지도 않고 폴드할 수 있고, 참여하더라도 이전 포지션의 베팅을 전부 확인한 뒤에 자신의 베팅을 결정한다. 즉, 팟에 참여할 때는 어느 정도 앞포지션의 패를 예상한 상태에서 팟에 참여한다는 얘기다. 선베팅의 패가 들킬 확률이 높기 때문에 후베팅은 매우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으니 예를 들어 설명해주겠다.

AK가 선포지션이었고 뒤의 8, 10이 후포지션이었다고 해보자.
다른 플레이어는 패가 좋지 않았는지 폴드하거나 AK의 강한 레이즈를 보고 죽었다. 

그리고 8, 10은 최소한 앞에서 강하게 레이즈 한 친구가 A, K라고 생각하진 않아도 '뭔가 강한 패가 있구나' 라고 생각은 하고 있을 거다. AK, AQ 등의 패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AK는 보드를 보기 전까지만 강하다. 

아무리 AK가 있어도 보드에서 원페어라도 만들어져야 높은 패다.

그렇기 때문에 8, 10은 "앞에서 다 죽었으니 어차피 일대일이고, 일대일이면 어차피 원페어 만드는 쪽이 이기잖아?" 라고 생각해서 4BB(빅블라인드의 4배 금액. AK가 4BB 레이즈를 했다고 가정)를 지불하고 플롭(처음 보드 3장)을 확인해볼 수 있다. 4BB 지불하고 보드를 확인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보드를 깠다.

그런데 보드에서 강한 패가 전혀 안 나와버렸다.

이러면 이제 8, 10을 들고 있던 친구는 "내게도 승산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A, K가 강하게 레이즈를 한다고 해도 힘이 전혀 없다. 보드에 A, K가 없는데 너가 뭘 믿고 레이즈하는 건데? 해서 레이즈도 받아버릴 확률이 높다. 블러핑이 통하려면 '내게' 우위가 있어야하는데, 레이즈를 해도 상대가 구라라고 거의 확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블러핑이 통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선포지션일수록 핸드 선택의 범위가 좁아진다. 

물론 선포지션이라도 바닥에 A, K가 깔린다면 "나 진짜로 A 있는데?" 라고 레이즈하겠지만, 후포지션은 결국 보드에 깔린 패와 선포지션의 베팅을 보면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아 너 정말로 A 있구나? 하고 죽으면 그만이다. 팟에 참여해도 참가비 빼고는 돈을 크게 잃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선포지션은 빡빡하게 좋은 패여야하고, 후포지션은 빡빡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를 무시하고 선포지션에 무리하게 베팅을 가져갈 경우 문제가 커진다. 선포지션이 7, 9 정도의 패로 레이즈를 치면서 들어갔다. 자기는 AQ가 있다고 뻥을 칠 셈이었겠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다른 누군가가 가질 확률은 더 올라간다. 그리고 선포지션이 레이즈를 치더라도, 후포지션은 레이즈를 보면서 "뭐야 너 패 좋아? 나도 좋은데 함 할까?" 하면서 콜을 받아버리면 거기서 게임이 나락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바닥에 진짜로 A, K, Q가 깔려버리면 나는 7, 9로 블러핑을 하려고 한 거였으니 매우 곤란해진다. 자기 뒤에 콜을 받았던 플레이어는 정말로 강한 패라서 KQ를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상위 패 있다고 구라를 치기 위해 7, 9로 레이즈를 했는데 상대가 폴드를 하지 않고 콜을 하면 잃는 돈이 두 배로 커진다. 여기서 압박용 레이즈를 백날 쳐봐야 상대도 강한 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폴드하지 않는다.

그리고 패를 다 까도 7, 9는 블러핑이었으니 이길 승산이 0이다. 서로 올인하게 되더라도 죽는 건 상대가 아니라 나일 확률이 매우 높다. 자신의 블러핑 시도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 뒤에 레이즈를 더 크게 해봐야, 상대를 폴드시키기 위해 레이즈를 더 크게 해봐야 별로 의미가 없다. 패를 까더라도 이길 승산이 전혀 없고, 그렇다고 레이즈로 들어와놓고 강한 패가 나왔는데 콜을 해버리면 '너 레이즈 구라였구나?' 들통나게 되니까.

내가 보기에 홀덤을 플레이하려면 이게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인 거 같다.

이게 이해가 되어야만 "좋은 핸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핸드가 좋고 나쁜 걸 외우고 있어도 그저 핸드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핸드라도 '원페어라도 성립되었을 때' 힘을 가지지, 아무 핸드조차 성립되지 못 한 AKs는 A 하이카드일 뿐이다. 2 원페어에게도 지는 핸드. 그리고 베팅하는 과정을 후포지션이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포지션을 모르면 높은 핸드를 들고도 바보가 될 수 있다.

후포지션은 선포지션을 보면서 패를 가늠할 수 있고, 불리할 땐 거의 손해보지 않고 폴드할 수 있다. 

포지션의 이점을 알아야 핸드도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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