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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게임 리뷰] 데스 스트랜딩 리뷰

by ㅁㄱ 2020. 12. 23.

[데스 스트랜딩] 데스 스트랜딩 리뷰

데스 스트랜딩이 스팀에서 할인을 하면서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모 님이 선물로 갑자기 줘버려서 하게 됐다. 데스 스트랜딩을 가끔 특정한 팁이나 정보를 찾아보려고 검색해보면 호불호가 심한 게임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진 알 거 같다.

데스 스트랜딩엔 듀토리얼이 없다.

우리가 보통 게임을 하기 전 게임에 대한 간략한 숙지를 하고 들어가고 그에 따른 플레이를 하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콘솔류 게임은 대개 듀토리얼이 없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토리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플레이 방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많은 콘솔 유저가 이러한 게임을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하는 거 같다. (나는 콘솔 유저가 아니다)

 

일단 이 게임은 내가 생각하기에 "모험"을 하라고 만들어둔 게임 같다.

마인크래프트를 잼민이 게임이라고 하는(안 해본) 사람은 잘 모를 수 있는데, 마인크래프트의 서바이벌 모드는 엄청난 "모험" 게임이다. 광활한 대지가 있고 동물이 있으며 몬스터가 있다. 그리고 그걸 탐험하는 맛이 있게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쿠팡겜이라는 소릴 듣지만 데스스트랜딩도 광활한 대지와 장애물(BT, 뮬, 타임폴 등)을 여러 도구를 통해 피해가면서 모험을 하는 게임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게이머는 난이도가 높아 답답하게 느낄 경우 게임을 재미없다고 느낀다.

마인크래프트를 해볼까 관심을 가지고 정작 조금 해보고 안 하는 유저가 많은 이유도 초기에 뭘 해야하는지 잘 모르고, 세계관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구간만 지나면 생각보다 꽤 재밌게 즐길 수 있는데도 초기 구간을 넘기지를 못 한다.

그리고 데스스트랜딩도 마인크래프트처럼 초반의 적응 난이도가 지옥이다. 

왜 지옥이냐면 마인크래프트랑 똑같은 이유로 지옥이다. 마인크래프트에서 농사 방법, 몬스터 피하는 방법 등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모르는데 주변에서 아무도 알려주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랑 하면 적응 난이도가 확 떨어져서 게임 입문이 쉬워진다)

마크는 멀티 플레이라도 되는데, 데스 스트랜딩은 혼자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적응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특히 주요 적인 "BT"라는 존재는 "안 보인다"는 게 특징이고, 또 다른 적인 "뮬"은 내가 대응하기 힘들며 단체로 나타난다는 게 사람 혈압을 올리는 요소다.

처음에 BT라는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하는데, 영상을 통해 알려주긴 했지만 여전히 오드라덱의 사용법도 모르고, 오드라덱의 특성을 모르고, BT가 어느 범위에 들어갔을 때 나를 인지하고 공격하는지 어떻게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지 영상 대화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초보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니까 "에라 모르겠다"하고 부딪친 뒤 보이드아웃을 발생시킨다.

보이드아웃을 처음 당하게 되면 "BT"에 대한 기분 나쁜 긴장감과 묘사 때문에 공포심이 생긴다.

게임의 분위기가 음산하기 때문에 이런 연출은 매우 좋지 못 하다. 캐쥬얼 게임이면 몇 번이고 죽고 죽어서 리트라이하면 된다. 하지만 음산한 게임에선 내가 몬스터에게 끌려가서 죽는 묘사 자체가 기분 나쁘고 피로도를 끌어올리게 되고 결국 절대 몬스터에게 끌려가고 싶지 않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플레이를 하게 된다. 

하지만 완벽하게 피하고 싶어도 BT는 안 보인다. 

오드라덱에 불이 들어오긴 하나 내가 이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

존나 빛 들어오고 경고음은 주는데 이 거리가 얼만지 내 눈에 안 보인다. 

그래서 거리를 모르니까 극단적인 수비성향으로 바뀌게 되면서 죽어도 BT와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게 된다. 거지같은 느낌의 보이드아웃을 또 당하고 싶어하지 않아서 노력한다.

그런데 내 앞에는 내가 절대 못 피해가게 무조건 BT와 맞물리게 설계가 된 길이 있다. 이도저도 못 하는(안 가면 절대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결국 나는 저 길을 뚫어야하는데 내가 사용법을 모르기 때문에 결국엔 "또" BT에게 끌려가고 보이드 아웃이 발생한다.

[데스 스트랜딩] 데스 스트랜딩 리뷰

보이드 아웃 당해도 어차피 그 자리에서 살아난다.

하지만 그걸 당하면 기분이 더럽고 짜증난다.

게임의 분위기 연출을 잘 했다는 뜻이긴 하지만, 내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올라간다.

그리고 거지같은 스산함을 몇 번이나 더 느껴야만 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몇 번 더 반복하기 때문이다. 퀘스트 중에는 BT 출몰 지역이 몇 번 더 나오는데 그 전의 퀘스트에서 발생했던 걸로는 충분히 숙달하지 못 했고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에 몇 번 실패가 반복된다. 주요 상황을 "절대" 피해갈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즉, 유저가 퀘스트를 하면서 BT가 무엇인지, 어떻게 피해가는지, 무기의 사용법이 어떤 건지 부딪쳐보면서 숙달을 하게 만든 구조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스토리와 맞물리게 설계된 게임을 잘 만든 게임이라고 말하는 유저가 많다. 

하지만 이런 걸 부딪치면서 즐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랬다. 나는 정말 화가 치밀어오를 정도였다. 왜 내가 피하기 어려운 장애물을 이렇게 만들어두었는지, 그리고 왜 그걸 어떻게 피해가는지 제대로 안 알려주는지. 그냥 대놓고 듀토리얼 몇 번 하면 이해하고 아 이런 거구나 하고 피해갈텐데 똥 같은 게임은 자꾸 나를 실전에서 괴롭히네 싶어서 진짜 너무 열이 받았다. 

내가 진지하게 말하지만 초기 소각장 퀘스트로는 절대 오드라덱과 BT에 대해서 파악할 수 없다.

풍력발전소 가는 길에서 미친듯이 스트레스를 받고 피해다닌 뒤에야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선물받은 게임이 아니라 내가 산 게임이라면 풍력발전소 퀘스트를 하다가 게임을 지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물받은 거라 최대한 즐기고 싶었다. 그게 성의라고 생각했고 풍력발전소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풍력발전소 퀘스트를 클리어한 다음부터 게임에 대해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할만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즉 최소한 이 부분까지는 따라오면서 이해를 할 수 있어야만 게임을 게임답게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이 구간 즈음부터 BT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얻게 되면서 그나마 게임 난이도가 갑자기 훅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스트랜드의 사용법에 대해 모르고, 뮬이 언제 어떻게 나에게 반응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우리는 뮬과 "여러 번" 마주친다. 마주칠 때는 피해야하는구나 하고 도망가면 어떻게든 피해지지만, 중간부터는 잠입 미션이 나오는데 그 때도 여전히 스트랜드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걸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

너가 멍청해서 모른 거 아니냐?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보다 게임 이해도가 낮은 사람도 세상에는 정말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멍청해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이해심이 부족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 게임은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게임에 필요한 요소를 자연스럽게 알려주려고 하는데 그 부분에서 여러 숙달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는 게 포인트다. 그런데 반복하는 초기 과정에서 거쳐야하는 많은 반복숙달 "장애물"이 고구마처럼 다가온다. 

요즘 만화, 소설에서는 흔히 말하는 "사이다"가 들어가야한다고 그러지 않나? 주인공이 다 때려부수긴 하는데 납득할 수 있게 다 때려부수어야 한다고. 그리고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 답답하다고 드랍한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정도의 고난과 역경을 초반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초반을 버티질 못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스트레스 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무섭게 봤던 영화 중, 잔인하거나 호러 영화가 아닌 영화에서 여전히 기억나는 무서운 장면은, 터미네이터1 마지막 장면이다. 터미네이터1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지막에 로봇이 주인공을 따라온다. 그런데 그 연출이 정말 호러하게 만들어져서 보면서 너무 무서웠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런데 그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임에서 답답하게 지내야하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한다면 그 게임을 재밌게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 게임의 룰을 알려주는 친구가 있거나, 게임 이해도가 빠른 사람이나, 평소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이야 쉽게 게임에 빠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 한 사람은 어려울 수 있다. 게임을 재밌게 하려면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해야하는데 그 부분을 충족을 못 하니까.

 

다만 적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기 시작하는 때부터는,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여러 장비도 사용할 수 있고 건설도 할 수 있고 열심히 왔다갔다 반복퀘스트하는 마치 마비노기에서 알바생이 된 마음으로 던바튼을 한 바퀴 빼앵 도는 느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사람들이 좋아할 자리에 따봉 받을 무언가들을 만들어대면서 즐길 수도 있고 뮬도 죽이고 뮬 차량도 탈취해가면서 놀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이 완벽하게 되는 시점이 배를 타고 넘어간 이후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배를 타기까지 소모한 플레이타임은 무려 10시간에서 15시간 가량이었다. 즉 처음의 그 찍먹구간이 10시간에서 15시간이라는 건데, 이건.. 너무 악질이다.

 

나는 엔터 더 건전을 6층 리치까지 끝냈고 건슬링거까지 다 잡았다. 그런데 엔터 더 건전을 처음 했을 때 플레이타임 5시간 즈음에 내가 느낀 건 허탈감과 좆같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초기 구간을 넘어가서부터 3층을 쉽게 클리어할 수 있게 된 시점부터 게임의 재미가 갑자기 확 올라갔다. 플탐이 100시간이 넘는다.

그냥 돌았던 던전 계속 반복해서 도는 거 뿐인데도 말이다. 자잘한 퀘스트나 업적 따위를 할 뿐인데. 

사람에 따라 게임이 숙달되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떨어지고 그 게임에 있는 자잘한 요소를 즐길 수 있을 때부터 재밌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내가 그래서 마크를 갓겜이라고 생각하는데, 난이도는 낮은데 자잘하게 즐길 거리는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데스 스트랜딩은 초반 적응 난이도도 거지같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은연 중에 게임 숙달을 시키기 때문에, 이 과정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견뎌내고나면 단순한 택배질과 구조물 작업 따위를 하면서 소소하게 느끼는 재미가 생각보다 커진다.

하지만 내가 산 게임이었다면(선물받은 게임이 아니었다면) 나도 풍력발전소에서 드랍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 과정을 거쳐 넘어갔기 때문에 생각보다 재밌게 할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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